치료제 현황

유전성 아밀로이드증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환자의 관점에서 이 희귀질환의 치료와 관련된 궁금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서, 가급적 어려운 의학용어가 아닌 이해하기 쉬운 일상의 언어로서 정리한 코너입니다.

  . 유전성 아밀로이드증을 치료하기 위하여 전 세계적으로 무슨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을까?
  . 개발된 치료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 언제쯤이면 환자들에게 치료제가 제공될 수 있을까?
  . 나에게 적합한 치료제는 어떤 것일까?
  . 과연 유전성 아밀로이드증의 완전한 치료는 가능할 것인가?
  . 치료제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나?

유전성 아밀로이드증의 발현과정은 최초의 원인 제공자(그림에서 1, 2번으로 표시)와 그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그림에서 3번으로 표시), 그리고 그 결과물(그림에서 4번으로 표시)로 이해할 수 있음.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는 전체 4단계에서 각각 진행되고 있음.

1번 치료제 연구

최초의 원인 제공자인 돌연변이 DNA의 이상 염기서열을 찾아서 정상 염기서열로 바꾸는 유전자 편집기술(CRISPR/Cas-9)임. 유전성 아밀로이드증의 가장 완벽한 치료방법으로 기대가 됨. 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제약회사는 Intellia 임.

2번 치료제 연구

최초의 원인 제공자인 돌연변이 DNA에서 유래한 mRNA를 찾아서 간 세포 내에서 제거하는 유전자 표적 치료법에 대한 연구임. 이 경우 유전성 아밀로이드증을 일으키는 문제아인 (불안정한) TTR 단백질의 생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으므로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이 됨. 다만 혈액 속에 존재하는 TTR 단백질이 줄어서 우리의 몸이 필요로 하는 갑상선 호르몬과 비타민 A가 부족해지는 (경미한)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보충제의 적절한 투약을 병행해야 함. 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제약(치료제)회사는 Alnylam Pharmaceuticals, Ionis Pharmaceuticals, Akcea Therapeutics, Arcturus Therapeutics 임.

3번 치료제 연구

혈액 속에 섞여 있는 불안정한 TTR 단백질을 찾아서 분자의 구조를 안정화시켜 분리가 되지 않도록 하는 표적 치료법에 대한 연구임. 이 경우 유전성 아밀로이드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비정상 TTR 단백질과 아밀로이드 섬유질의 생성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으므로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이 됨. 2번 치료법과는 달리 혈중 TTR 단백질의 양이 줄지 않으므로 부작용의 우려도 없는 편임. 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제약(치료제)회사는 Pfizer, BridgeBio, Eidos Therapeutics 임.

4번 치료제 연구

우리 몸의 면역반응과 같이 혈액을 따라 전신을 떠돌고 있는 비정상 TTR 단백질을 우리 몸속으로 침투한 (바이러스 같은) 항원으로 인식하고 포획하여 이동을 멈추게 하는 (인공적인) 항체를 개발하여 치료하는 표적 치료법에 대한 연구임. 이 경우 포획된 비정상 TTR 단백질을 우리 몸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주요한 세포인 대식세포가 섭식하거나 독소를 분비하여 제거하며 림프구에 항원을 전달 면역반응을 일으켜 전신 장기에 이미 침착되어 있는 아밀로이드 섬유질의 파괴를 유도하는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이 됨. 특별한 부작용의 우려도 없는 편임. 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제약(치료제)회사는 Prothena, Proclara Biosciences 임.

치료제 개발은 어디까지 왔나?

유전성 아밀로이드증 환자들에게 매우 다행스러운 소식은 2-3번 치료제는 대부분 이미 상용화가 되었거나 그 직전 단계에 있다는 것임. 따라서 제약회사의 공급계획에 따라서 각 나라별 의료행정 당국(우리 나라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과 협상이 완료되었거나 머지 않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됨.

다만 1번과 4번 치료제는 연구개발은 완료가 되었으나, 아직 임상시험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어 상용화가 되려면 앞으로 수 년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됨. 하지만 4번 치료제의 경우 제약회사의 신약 연구개발과는 별도로 미국과 이탈리아의 의료기관에서 일반적인 항생제(Doxy: doxycycline)와 담즙산(TUDCA: tauroursodeoxycholic acid)을 이용한 3상 임상시험이 현재 진행 중이며, 임상시험이 끝나는 2021년 이후 빠른 시간 내에 환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되고 있음.

2018년 10월 이후로 국내 환자들에게 정부의 의료급여 체계에 따라 공급이 되고 있는 치료제로는 화이저(Pfizer) 사의 Vyndaqel(Tafamidis 20 mg)이 유일함. 2020년 8월 Vyndamax(Tafamidis 80mg)이 식약처 승인을 받음. 미국은 2019년 5월 최종 승인이 나면서 자국 환자들에게 Tafamidis가 공급될 수 있는 여건이 준비가 되었으나, 그 이전부터 유럽, 일본, 한국 등은 각국의 정부가 환자들을 위하여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임.

일반적인 항염증제로 사용되고 있는 diflunisal이 불안정한 TTR을 안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미국의 2012년 3상 임상시험에서 입증됨에 따라 Tafamidis와 같은 신약이 개발되기 이전부터 유전성 아밀로이드증 환자들에게 공급되어 왔으며, 현재는 의료진의 결정에 따라 필요한 환자에게 처방이 되고 있음.

국내의 일부 환자들에게 공급되고 있는 또다른 치료제로는 엘나이럼(Alnylam) 사의 Patisiran이 있음. 이 치료제의 경우는 아직 식약처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로 엘나이럼 사의 확장 3상 임상에 일부 환자의 참여가 현재 진행중임. 2020년 10월 이후 엘나이럼사의 Vutrisiran 3상 임상에도 일부 환자의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됨.

또다른 치료제로 2020년 중반 부터 에이도스(Eidos) 사의 AG10의 3상 임상에 일부 환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있음.

어떤 치료제가 가장 이상적일까?

유전성 아밀로이드증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나 아직 발병이 되지 않은 경우는 특별한 치료제가 필요치 않으며, 이 경우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아밀로이드 섬유질의 장기 침착 정도를 살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됨.

유전성 아밀로이드증의 발병 초기에 발견되어서 아직 아밀로이드 섬유질의 장기 침착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는, 이 희귀질환의 원인 제공자인 DNA의 이상 염기서열을 편집하여 고치거나 (1번), mRNA를 제거하거나 (2번), 불안정한 TTR 단백질의 형성을 차단하는 (3번) 치료제의 투약을 시작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으로 생각됨.

아밀로이드 섬유질의 장기 침착 정도가 심하여 기능장애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는, 장기에 이미 침착되어 있는 비정상 TTR 단백질과 아밀로이드 섬유질을 제거하는 (4번) 치료제와 나머지  (1, 2 또는 3번) 치료제의 투약을 병행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으로 생각됨.

과연 완치가 가능할 것인가?

유전성 아밀로이드증의 완전한 치료는 이 희귀질환의 대물림을 끊어 버리는 것 외에는 없으므로 무의미한 질문이라고 생각됨. 하지만 차선책으로는, 부모가 유전성 아밀로이드증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경우 자식들의 유전 여부를 가급적 어려서 확인하고 예방적인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됨.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 자신과 가족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음이 모아져야 하고, 이 희귀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 및 교육이 모두에게 제공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문제임.

모든 일이 다 그러하듯이 골든타임을 지키느냐 아니냐가 이 희귀질환을 극복하는 열쇠가 된다고 생각함. (웹지기의 생각 ^^)

치료제의 가격은?

로이터 통신사(Reuters)의 2018년 8월 27일 뉴욕 발 기사에 Tafamidis의 가격과 관련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수치들이 제공되어 있음:
<https://www.reuters.com/article/us-pfizer-study/pfizer-rare-heart-disease-drug-reduces-risk-of-death-by-30-percent-in-study-idUSKCN1LC0QO>

유전성 아밀로이드증의 현재의 진단율을 0.5-1.0%로 가정할 때, 현재까지 확인된 환자 수로 보면 전세계적으로 대략 40-50만의 잠재적인 환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화이저에서 Tafamidis에 대해서 1인당 연간 15-30만불 (대략 1억 7천-3억 4천만원) 정도로 약값을 책정할 때, 연간 총 수익을 600-1500억불(대략 68-170조)에 이르는 차세대 blockbuster(대박) 상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 대략 4천명 정도인 현재의 전세계 환자수 만을 고려하더라도 년간 0.6-1.2억불(대략 6천 800억-1조 3천 600억)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음. 참고로 경쟁 제약회사들도 비슷한 통계에 기반하여 시장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보다 치열한 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됨.

위에 제시된 약값이 확정적이라고 가정하고 현재 국내 환자들의 자기 부담금을 고려하여 역산해보면 다음과 같음:

     . 환자 자기부담금 (10% 산정특례 적용) = 연간 600만원
     . 정부 의료부담금 (나머지 90%) = 연간 5천 400만원
     . 화이저와 정부 간의 적용율 = 6000만원/(1억 7천-3억 4천만원) = 17-34% (따라서 정부의 할인율 = 66-83%)

물론 제약회사의 실제 공급가나 정부와 제약회사 간의 계약방식 등에 관해서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의료보험 급여의 적용과 산정특례 혜택이 주어짐에도 현재 연간 환자 일인당 약값 부담금인 600만원은 너무 과하다는 생각임. 더욱이 유전성 질환의 특성상 가족당 환자의 수가 한 명 이상이 되는 현실을 고려한다면 경제적으로 한 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상황임. 따라서 의료보험 급여 적용을 받는 다른 약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환자 부담금이 낮아져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항들이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됨:

     1.  정부의 의료 부담금 확대
     2.  산정특례 혜택 외에 추가적인 지원
     3.  제약회사에 대한 정부의 협상력 제고

유전성 아밀로이드증 환자들 스스로가 국내 및 해외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않고서는 위의 사항들이 개선될 수가 없음. (웹지기의 생각 ^^)